건축주 김중수 씨는 소방관이다. 10년 전 부산에서는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집을 짓기 한참 전부터 실천적인 환경 운동에 대해 생각해오고 있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이 땅에서 석유를 사용하지 않는 집. 그의 꿈은 지난해 현실이 되어 '해바라기집'으로 완성됐다.
김중수 씨의 집을 찾았던 6월 중순, 길목에는 벌써 키 큰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다. 올해 꽃들은 죄다 속도위반이라고 하는데, 코스모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뜨거운 더위를 견디고 선 꽃들을 보며, 누군가 '꽃은 무죄, 사람이 유죄'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김중수 씨는 "우리 집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이 사회가, 그리고 이 지구가 피해를 입지 않는 그런 집을 짓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젊은 날, 대도시에 살면서도 환경과 생태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며 지냈다. 귀농과 생태적인 삶에 꿈을 갖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기도 했다.
결국 현실과 꿈을 절충해 소방관으로 일하며, 탈도시에 성공한 것만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생활이 안정되면서 땅을 밟고 싶은 욕심은 커져만 갔다. 마침내 그는 시골 아파트 생활을 접고, 뜻이 맞는 이들과 작은 마을을 이루기로 했다.
그는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을 때부터 집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석유로 인한 기후 문제 등에 직면해서는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주택을 짓고 싶었고, 위험한 핵발전소와 대형 발전소의 영향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롭고자 전기 에너지로 자립하는 주택도 상상했다. 패시브하우스처럼 단열이 잘 되는 집도 짓고 싶었지만, 비용이 걸림돌이었다.
"집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되도록 태양과 바람으로부터 얻고자 했어요. 생각은 많고 본 것도 많은데 자본이 부족했죠. 그래서 일반 목조주택에 단열 성능을 추가하는 정도로 하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다른 건축주들과 달리, 에너지 시설 금액을 건축비에서 제일 먼저 산정해 따로 빼두었다. 집을 짓다보면 계속 추가 금액이 생길텐데, 혹여 나중에 돈이 부족할 수도 있을 거란 우려였다. 대신 집 규모는 최대한 작게 하고, 건축 자재도 화려한 것보다 저렴하고 일반적인 것으로 선택했다. 집을 지어 줄 믿을만한 사람을 찾아 2013년 봄, 드디어 첫 삽을 떴다.
<PROCESS>
↑ 01 흙을 받아 터를 돋우고, 기초공사를 위한 거푸집을 설치한다.
↑ 02 기초벽 위에 바닥 장선을 걸었다. 장선 사이에 단열재가 충진된다.
↑ 03 하부에 크롤스페이스가 생긴다. 이곳은 배관, 수납, 환기 등의 용도로 쓰인다.
↑ 04 경량목구조로 골조를 세운다. 층고가 7m가 넘을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 05 지붕은 열반사 단열재가 부착된 OSB를 선택해 시공했다.
↑ 06 벽체 내부는 그라스울을 최대한 꼼꼼히 채우고, 외부는 스티로폼으로 추가 단열하고 미장한다(이중단열).
↑ 07 내부는 석고보드를 취부하고 각종 가구 공사에 들어간다.
↑ 08 외부 미장과 지붕 등 외장 공사를 진행한다.
↑ 09 태양열 온풍기를 설치한다. 배관을 뚫어 내부에 환기구와 연결한다.
우리 집 이름은 '해바라기집'입니다 해바라기처럼 해를 바라보는 집이고, 해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집이라 그렇게 부릅니다
1 지붕은 반사지(알루미늄 포일)가 부착된 지붕용 OSB 제품인 써머스트랜드를 사용했다. 일반 OSB에 비해 가격은 2배에 달하지만, 지붕의 태양 복사열을 97%까지 막아주어 약 20%의 냉난방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2 지붕에는 3㎾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실비용은 5백만원 정도 들었다. 여름에는 생산량 대비 사용량이 적어 한전에 내는 요금이 4천원 가량이다. 겨울에는 복사난방기, 전기온풍기 등 난방을 모두 전기로 해결하기 때문에 12만~13만원 정도 낸다.
3 양쪽 다락방에는 천창을 달았다. 낮에는 실내를 밝게 하고, 밤에는 하늘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거실에도 하나 더 만들 걸, 후회되는 부분이다.
4 지붕 아래 설치된 공기 가열식 태양열 온풍기. 독일 Grammer-solar社의 제품으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공된 현장이다. 해가 있는 날, 외부 공기를 태양열로 데워 실내로 따뜻한 공기를 불어 넣는 난방 장치다. 가동하기 위한 동력은 자체 태양광 집열판으로 해결한다. 설치비는 4백만원 정도 들었다.
5 벽체 단열은 목조주택의 내단열(그라스울)을 기본으로 하고, 외부에 스티로폼 50㎜를 부착해 스터코로 마감했다. 이중 단열 시스템을 택해 최대한 단열을 꼼꼼히 하고자 했다.
6 바닥 난방이 없기 때문에 나무로 장선을 걸고, 기초벽 내부 공간은 크롤스페이스(기어서 다닐 수 있는 바닥 공간)로 만들었다. 기초벽을 둘러 환기창들이 나 있고, 직접 출입할 수 있는 문도 내 달았다. 내부에는 전기온수기와 노출 배관 등이 있다.
7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태양광 정원등을 설치했다. 낮 동안 저장된 태양광이 해가 지면 어스름한 밝기로 주위를 비춘다. 마을 초입에 위치한 집이라 길을 안내하려는 건축주의 의도가 배어 있다.
8 집 마당에 쓰는 외부등은 되도록 설치를 자제했다. 필요치 않은 조명은 빛 공해라는 생각도 있었다. 늦은 시각, 바깥 일을 할 때는 현관 입구에 작은 초를 밝혀둔다.
9 보일러가 없는 집은 온수가 가장 문제다. 볕이 잘 드는 마당에 400ℓ용량의 태양열온수기를 두었다. 데워진 물은 땅 속에 묻어 둔 배관을 타고 크롤스페이스에 설치된 30L 용량의 전기온수기로 들어간다. 일반적인 태양열온수기는 저장탱크 내부에 전기선을 연결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온수를 유지하는데, 그렇게 되면 흐린 날과 밤의 경우에는 전기로 물을 데우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량이 커진다. 데워진 온수를 전기온수기로 보내면 전기 소모량은 훨씬 줄어들고 안정적으로 온수를 사용할 수 있다.
10 모든 풀이 공존하는 텃밭이다. 상추도 잡초도 함께 잘 자라니, 필요한 만큼만 수확해 먹고 자연스럽게 놔두는 편이다. 집의 울타리는 대지 경계선보다 한참 안쪽으로 두르고 바깥에는 나무와 꽃을 심어 이웃들과 즐긴다.
1 천장에는 공기 순환을 돕기 위해 실링팬을 설치했다. 여름에는 쾌적하고 겨울에는 태양열 온풍기의 더운 열기를 실내에 고르게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층고가 높은 집일수록 효과가 좋다.
2 거실등은 모두 12개의 전구를 사용한다. 처음에 전기 요금이 많이 나와서 보니 한 전구당 60W짜리였다. 모두 6W짜리 LED전구로 바꾸고 나니, 전기요금이 확실히 줄었다. 지금은 다른 모든 전구도 LED로 바꿨다.
3 태양열 온풍기와 연결된 유입구. 데워진 공기가 이곳을 통해 실내로 들어온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정도까지 사용할 수 있고, 밤이 되면 다른 난방기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겨울철에는 환기를 하지 않고도 외부의 깨끗한 공기를 유입시키는 효과도 있다.
4 단열을 위해 3중 창호로 선택했다. 미국식 창호로 얇은 두께의 유리 사이에 아르곤가스가 충진되어 있다. 격자가 없는 제품으로 전망을 감상하기 좋다.
5 벽난로는 겨울철 태양열온풍기를 보조하는 난방원이다. 높은 층고로 연통이 길어져 열효율도 높은 편이다. 지난겨울을 나며 2톤(루베) 정도의 장작을 사용했는데, 장작 구입가격으로 치면 35만원 정도다.
6 거실 바닥은 물푸레 나무 원목으로 시공했다. 시멘트바닥 위에 깐 것이 아니라, 늘 습기가 없고 보송보송한 것이 장점이다. 바닥 장선 내부에 단열재를 따로 충진했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닿는 면이 차갑지 않다.
↑ 침실인 3평 다락방은 천장에 전기로 작동하는 복사난방기를 설치해 사용한다.
↑ 드레스룸과 욕실은 천장과 벽면에 적외선램프를 설치해 겨울철 순간 난방을 한다.
↑ 기초벽 내부 크롤 공간에는 태양열로 1차 데운 온수를 유지하는 순간온수기가 자리한다.
↑ PLAN - 1F
↑ PLAN - 2F
INTERVIEW _ 건축주 김중수 씨
"어떻게 짓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합니다"
6월 전기 요금이 4,480원 나왔습니다. 우리 집에 유일한 외부 에너지가 전기인데, 이 정도면 일단은 성공적이지요. 사실 이사 온 첫 달은 전기요금이 많이 나왔습니다. 집에 적응이 안 되어서 전열기구를 켜놓고 외출하기 다반사였으니까요. 지금은 해가 좋은 날에 맞춰 목욕을 하는 등 절약 습관이 서서히 몸에 배어갑니다. 집을 짓고 나면 누구나 후회를 합니다. 저 역시 후회되는 부분이 있지만, 얼마나 꼼꼼하게 생각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후회의 크기는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에너지 면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습니다. 앞으로 조금씩 여유를 쌓아 더 많은 것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풍력발전기와 태양열 온풍기도 추가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진짜 벽난로가 인테리어가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집과 함께 얼마간 빚도 생긴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지금은 이 집을 지은 것만 해도 정말 다행이라며 행복하게 삽니다.
출처 : 월간 전원속의 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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