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36.5˚] 새누리의 놀라운 생존본능
장암팜랜드
2015. 2. 24. 11:23
▶ “참 무서운 사람들이다.” 2일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에 유승민 의원이 선출됐다는 소식을 들은 한 새정치민주연합 중진의원의 첫 반응이다. 곧바로 “새누리당 사람들은 어떻게 화장을 하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를 아는 것”이라는 말이 이어졌다. 기자는 그와 통화한 3분여 동안 ‘무섭다’, ‘놀랍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 사진:>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에 당선된 유승민의원이 경쟁자인 이주영 의원의 축하를 받고 있다. 오대근기자 3Dinliner@hk.co.kr">inliner@hk.co.kr
★*… 새누리당 안팎에선 이날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유 신임 원내대표가 경쟁자인 이주영 의원을 앞설 것이란 예상이 꽤 많았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지난 연말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권력암투설이 확산되면서부터,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으로 민심이 돌아서는 게 눈에 보이면서부터, ‘콘크리트’에 비유됐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30%선 밑으로 추락할 만큼 여권 전체에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부터다. 사실 박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마치고 당에 복귀하는 이 의원을 향해 이례적으로 극찬을 했을 때만 해도, 일부 친박계 핵심의원들이 ‘이주영 원내대표론’을 앞장서 설파하고 나설 때만 해도, 그리고 유 원내대표에 비해 이 의원의 친화력이 부각될 때만 해도 승부를 예측하긴 어려웠다. 오히려 이 의원의 우세를 꼽는 의견이 더 많았다.
하지만 혼전양상을 빚던 경선 구도는 1월 중순 쯤부터 유 원내대표의 상승세가 뚜렷해지는 기류로 바뀌었고, 1월 하순 들어선 아예 유 원내대표 우세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변화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그리던 시기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물론 마지막 변수는 역시나 박심(朴心)이었다. 누가 뭐래도 여전히 여권 내 유일무이한 구심점은 박 대통령이란 점에서다. 따라서 관전자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이 의원에게 있다는 게 눈에 보이는데 설마…’ 하는 생각을 쉽게 떨쳐내기 어려웠다. 분위기로만 보면 유 원내대표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그래도 박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원내대표 경선 투표권을 가진 새누리당의 의원들은 단호했다. 적어도 냉정함의 측면에선 관전자들보다 몇 수 위였다. 그들은 “박 대통령을 밀쳐내선 안된다”(이 의원)는 호소에 귀를 막고 주저없이 “20대 총선 승리의 불쏘시개로 써달라”(유 원내대표)는 제안에 적극 호응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결과적으로 박심이 큰 힘을 쓰지 못한 건 아이러니다. 박 대통령이 2011년 말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이듬해 총선 공천을 관장했던 만큼 연령대를 불문하고 상당수가 사실상 ‘박근혜 키즈’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까지 연기해가며 투영하려던 박심이 다른 누구도 아닌 수많은 ‘박근혜 키즈’에 의해 막힌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생존본능이 더욱 놀랍고, 그래서 새누리당의 동물적인 감각이 더욱 무섭다....양정대 정치부기자 3Dtorch@hk.co.kr">torch@hk.co.kr
★*… 새누리당 안팎에선 이날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유 신임 원내대표가 경쟁자인 이주영 의원을 앞설 것이란 예상이 꽤 많았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지난 연말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권력암투설이 확산되면서부터,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으로 민심이 돌아서는 게 눈에 보이면서부터, ‘콘크리트’에 비유됐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30%선 밑으로 추락할 만큼 여권 전체에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부터다. 사실 박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마치고 당에 복귀하는 이 의원을 향해 이례적으로 극찬을 했을 때만 해도, 일부 친박계 핵심의원들이 ‘이주영 원내대표론’을 앞장서 설파하고 나설 때만 해도, 그리고 유 원내대표에 비해 이 의원의 친화력이 부각될 때만 해도 승부를 예측하긴 어려웠다. 오히려 이 의원의 우세를 꼽는 의견이 더 많았다.
하지만 혼전양상을 빚던 경선 구도는 1월 중순 쯤부터 유 원내대표의 상승세가 뚜렷해지는 기류로 바뀌었고, 1월 하순 들어선 아예 유 원내대표 우세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변화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그리던 시기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물론 마지막 변수는 역시나 박심(朴心)이었다. 누가 뭐래도 여전히 여권 내 유일무이한 구심점은 박 대통령이란 점에서다. 따라서 관전자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이 의원에게 있다는 게 눈에 보이는데 설마…’ 하는 생각을 쉽게 떨쳐내기 어려웠다. 분위기로만 보면 유 원내대표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그래도 박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원내대표 경선 투표권을 가진 새누리당의 의원들은 단호했다. 적어도 냉정함의 측면에선 관전자들보다 몇 수 위였다. 그들은 “박 대통령을 밀쳐내선 안된다”(이 의원)는 호소에 귀를 막고 주저없이 “20대 총선 승리의 불쏘시개로 써달라”(유 원내대표)는 제안에 적극 호응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결과적으로 박심이 큰 힘을 쓰지 못한 건 아이러니다. 박 대통령이 2011년 말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이듬해 총선 공천을 관장했던 만큼 연령대를 불문하고 상당수가 사실상 ‘박근혜 키즈’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까지 연기해가며 투영하려던 박심이 다른 누구도 아닌 수많은 ‘박근혜 키즈’에 의해 막힌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생존본능이 더욱 놀랍고, 그래서 새누리당의 동물적인 감각이 더욱 무섭다....양정대 정치부기자 3Dtorch@hk.co.kr">torch@hk.co.kr
☞ 원본글: 한국일보